[경기인터뷰]지적장애인 수영선수 조원상 | ||||||||||||
---|---|---|---|---|---|---|---|---|---|---|---|---|
Date : 2014-01-07 | Hit : 2146 | ||||||||||||
우리 사회에는 각종 장애를 가지고 있는 많은 장애인들이 있다. 이들 역시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픈 마음을 간직하고, 재활과 장애 극복의 의지를 다지며 눈물겨운 자신과의 사움을 전개하고 있다. 더욱이 장애인으로써 운동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몇 배 이상의 노력과 피눈물 나는 훈련 과정을 통해 ‘인간승리’의 아름다운 드라마를 써가고 있다. 선천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수영과 스키 선수로 활동하며 ‘장애인 수영의 박태환’으로 불릴 만큼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지적장애인 수영선수 조원상(21ㆍ수원시장애인체육회ㆍ중원대). 준수한 외모에 언뜻 보기에 장애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또렷한 말투와 자기 주장이 확실한 그는 지적장애 2급의 장애인 ‘만능 스포츠맨’이다. 해맑은 미소에 K팝과 팝송을 즐겨듣는 꿈많은 청년 조원상 선수와 2남1녀 중 장남인 장애인 아들을 세계적인 수영선수로 키워낸 장한 어머니 김미자씨(48)를 지난 11일 오전 수원 율전동 자택에서 만나 장애인 수영선수로의 애환과 헌신적으로 그를 뒷바라지 하는 어머니의 모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제33회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최다 다관왕인 5관왕을 세 번째 차지했다. 한국신기록 4개, 대회신기록 1개도 세웠는데 결과에 만족하는가. A. (조원상)대회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성적이 잘 나와서 만족하고 있다. 사실 이번 대회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내년에 더 큰 국제대회가 많이 있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대회에 임했다. A. (조원상)물론 두 종목을 병행하는 것은 힘들다. 크로스컨트리와 수영은 서로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근육만 단련하면 두 개 종목 모두에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없다. 종목별 필요한 근육을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수영보다는 크로스컨트리가 좀 더 힘들다. 크로스컨트리는 취미에 가깝고, 수영은 재미도 있고 직업이기 때문에 더 노력을 하고 있다. Q. 아들이 운동선수로서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고충이 있었을 텐데 처음 수영을 시키게 된 동기는. A. (어머니)수영을 시키게 된 동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체육선생님이 ‘원상이가 대근육이 타고났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시키면 좋을 것 같다’라는 추천이 있었다. 사실 원상이가 5살 때 특수반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받았는데 물을 너무 무서워했다. 원상이가 물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였지만 2학년 2월에 본격 수영을 시켰다. 처음에는 코치의 말도 못 알아듣고 세 개를 알려줘도 한 개를 따라할까 말까한 아이였다. 불안한 마음에 매일 수영장을 따라 다녔다. Q. 수영을 시키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A. (어머니)어려움이 있었다면 가장 큰 건 경제적인 부담이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려면 1년에 3~4차례의 세계 규모 국제대회에 출전해 성적을 내야 한다. 하지만 국가대표라도 장애인수영연맹에서 출전을 지원해 주는 건 단 한번이다. 그것도 선수 뿐이어서 부모는 자비로 가야 한다. 자비로 한번 갈 때마다 1천 만원은 기본이다. 기업이나 단체의 적극적인 뒷받침만 된다면 더 많은 세계대회에 참가해 메달을 따낼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박태환 선수나 김연아 선수처럼 기업 스폰이 있다면 전지훈련도 보내고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런 기반이 하루 빨리 조성되면 좋겠다. Q. 2년 전 조원상 선수가 한국체대나 용인대 같은 종합 체육대학 진학을 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무산돼 일반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는. A. (어머니)운동만 잘하면 장애선수들도 한국체대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원상이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부로 대학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을 모방해서 잘할 수 있지만 학습적인 부분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운동을 함으로써 대학도 갈 수 있고 사회생활의 기반도 닦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체대나 용인대의 경우 특수체육교육 대상자 전형이 3명씩 있었기 때문에 특별 수시전형으로 분명히 입학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문의를 해보니 학교에서는 ‘수능 8등급’을 요구했다. 원상이가 8등급이 나올 수 있는 아이라면 지적장애가 아니다. 1년을 쉰 뒤 중원대(충북 괴산)에서 수영 특기생으로 받아줬다. 중원대는 평소 원상이를 예뻐하고 실력을 인정해주신 노민상 감독님과의 인연으로 입학하게 됐다. 정말 감사하다. A. (조원상)지난해 12년만에 장애인올림픽 수영에 지적장애 부문이 부활하면서 자유형 200m와 평영 100m 배영 100m만 들어갔다.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일 듯하지만 브라질 이후에는 계영까지 전종목이 다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 첫 목표는 내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주종목인 자유형 200m 세계기록을 깨는 것이다. 세계신기록과 불과 1초 차이도 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있다. 금메달 욕심보다는 아시안게임에서 세계신기록을 깨는 게 현재의 목표다. 현재 혼자 훈련을 하고 있는데 수원시청 실업팀에서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었으면 한다. 현실적인 문제가 따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엄연히 장애인도 선수다. 정규 50m 레인에서 전문 지도자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면 세계대회나 올림픽에서도 우승할 자신이 있다. Q. 운동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시기도 있었을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A. (조원상)물론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운동을 하기 싫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당시 기록도 나오지 않고, 여러 가지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슬럼프였던 것 같다. 여가시간에는 대부분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팝송, K팝 등을 주로 듣는다.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다. 대회 때도 음악을 들으면 긴장도 안 되고 편안해진다. Q. 선수생활을 마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A. (조원상)수원시에 있는 복지관에서 공무원으로 장애인들을 지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어머니)원상이가 수화를 잘한다. 다른 사람들은 수화가 안 돼서 장애인을 교육할 때 수화통역을 별도로 써야 하지만 원상이의 경우 수화도 되고 직접 장애를 겪었기에 더 잘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과거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장애인체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로써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어머니)언론에서는 장애인 관련 보도를 하면서 주로 중증 장애인이나, 시각ㆍ청각, 절단장애 등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장애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게 현실이다. 지적장애도 단순히 자폐증 아이들 만의 문제만을 다룬다. 하지만 실제 일반인들과 더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장애가 순수지적장애다. 원상이처럼 일반인들을 모방하는 능력이 뛰어난 지적장애자의 경우는 더 그렇다. 일반인들이 선입견 없이 지적장애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준다면 충분히 함께 호흡하며 살아갈 수 있는 극복 가능한 장애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사회적ㆍ국가적인 제도 마련과 일반인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